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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적자기결정권침해, 거짓된 관계에 대한 법적 책임

  • 구분 일반
  • 작성자 법무법인 태림
  • 작성일 2025-11-13
  • 조회수 547

 

 

성적자기결정권침해, 거짓된 관계에 대한 법적 책임

 

‘성적자기결정권침해’는 흔히 강제적이거나 폭력적인 상황에서만 문제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기망을 통해 상대방의 자유로운 선택이 왜곡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결혼 사실이나 중요한 신분 정보를 숨기거나 허위로 말해, 이를 믿은 사람이 교제나 성관계를 맺은 경우라면, 이는 진정한 동의에 기초한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허위나 은폐로 인해 형성된 관계는 피해자의 자유로운 판단과 선택을 침해한 것으로 평가되며, 피해자는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개인이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를 결정할 자유를 보장한다. 이 권리는 단순히 성관계를 할지 말지를 선택할 자유에 그치지 않고, 그 선택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진실하게 알 권리까지 포함한다. 즉 성관계 여부뿐 아니라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관계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로운 동의’가 가능하다. 따라서 상대방이 혼인 사실을 숨기거나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착오에 빠지게 한 뒤 관계를 맺은 경우, 이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평가된다. 

 

실제로 법원은 상대방의 혼인 여부가 성관계를 맺을 상대를 선택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초적 사실이라고 보고, 이를 속인 행위에 대해 위자료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창원지방법원 2025. 8. 28. 선고 2025나10564 판결에서는 피고가 혼인신고 사실을 숨기고 교제 및 성관계를 이어간 행위를 원고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판단해 위자료 1,500만 원을 인정하였다. 또한 수원지방법원 2025. 10. 16. 선고 2025가단512392 판결에서는 기혼 여성이었던 피고가 미혼 남성에게 혼인 사실을 숨기고 교제한 사안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인정되어 위자료 2,000만 원이 인정되었다. 이처럼 다수의 하급심은 혼인 여부나 신분을 고의로 속인 행위를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 상대방의 인격권과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법원은 위자료 산정 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첫째, 기망의 고의성과 적극성이다. 단순히 혼인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와, 허위 신분을 꾸며내거나 주변인을 동원해 사실을 조작한 경우는 명백히 다르다. 둘째, 관계의 기간과 신뢰의 정도다. 짧은 만남보다 장기간에 걸친 기망일수록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은 크다고 본다. 셋째,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불이익이다. 기망으로 인해 피해자의 사회적 명예나 대인관계, 직장생활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위자료가 높아질 수 있다. 넷째, 가해자의 사후 태도다. 사과나 배상 의사 없이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한 경우, 법원은 반성 없는 태도로 보아 위자료를 증액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피해자가 입증해야 할 핵심은 기망과 인과관계다. 상대방이 혼인 사실이나 신분 정보를 숨겼다는 점, 그로 인해 자신이 착오에 빠졌다는 점, 그리고 그 착오 상태에서 성적 관계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혼인관계증명서, 문자 및 메신저 대화 내용, 상대방의 발언 녹취, 교제 경위 등의 자료가 중요하다. 형사사건과 달리 민사소송에서는 ‘합리적 개연성’이 입증 기준이므로, 완벽한 증거가 아니더라도 일관된 정황과 구체적 사실관계로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

 

다만 상대방의 기망 사실을 입증하더라도, 위자료 청구가 실제 금전 보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복잡한 절차와 집행의 어려움이 뒤따른다. 피해자는 소송 과정에서 사생활을 세밀히 드러내야 하고, 증거 제출 과정에서 심리적 부담이나 2차 피해를 겪는 경우도 많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추가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은 법리뿐 아니라 심리적·전략적 대응이 함께 요구되며, 경험 있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 정리, 증거 확보, 손해 산정, 집행 절차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다.

 

 

법무법인 태림 고양 분사무소 서영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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