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사건은 단순한 학생 간 다툼과 구별되는 법적 판단 구조를 가진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학교폭력”을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무에서의 판단은 이 조문에 열거된 유형에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의 열거행위에 한정되지 않고, 그와 유사·동질로서 학생의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하며 학교폭력 개념을 보다 확장적으로 해석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24. 10. 16. 선고 2024구단61912 판결).
다만 모든 학생 간 갈등이 곧바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학생들의 모든 충돌·반목을 학교폭력으로 포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면서, 발생 경위·상황, 행위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23. 12. 21. 선고 2023구단59998 판결). 즉 단순한 말다툼이나 일회적 갈등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며, 사건의 맥락과 반복성, 의도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이러한 법적 판단 구조는 학교폭력 사건의 대응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각자의 입장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주장 구조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피해학생 측은 피해 사실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시간 순서에 따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반면 가해학생 측은 단순한 전면 부인보다 사건의 경위와 맥락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위가 일방적 폭력인지, 상호 갈등인지, 지속적 괴롭힘인지, 일회적 충돌인지에 따라 법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거 수집의 방향 역시 다르게 설정되어야 한다. 피해학생 측에서는 문자메시지, SNS 대화, 녹음, 목격자 진술 등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핵심이 된다. 상담 기록이나 진단서와 같이 피해의 결과를 보여주는 자료도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반면 가해학생 측에서는 사건의 맥락을 설명하는 자료가 중요하다. 사건 전후의 대화 내용이나 관계의 흐름은 행위의 성격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학부모 의견서의 의미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피해학생 측은 피해의 심각성과 회복 필요성을 중심으로, 가해학생 측은 재발 방지 노력과 지도 과정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정적인 비난에 치우칠 경우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무상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사건 초기부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다. 특히 학부모 간 메시지나 대화 내용은 그대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어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학교폭력 사건은 ‘누가 맞고 틀렸는가’라는 단순한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사건의 경위와 관계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고, 각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자료를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대응 전략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판단 기준에 맞춘 일관된 대응이 결과를 좌우한다. (법무법인 태림 고양 분사무소 서영은 변호사)